기억하고 또 기억하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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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작성자
- 이은숙
- 작성일
- 2020년 4월 16일(목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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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헌화

2014년 4월 16일은 셋째 아이의 출산예정일이었습니다.
어른들이 TV를 틀지 말라고 몇번을 당부하셨습니다.
수학여행을 가던 아이들이 탄 배가 사고가 났다는 소식만 얼핏 듣고는 일부러 뉴스를 보지 않았습니다.
내 배 속의 아이에게 충격이 될까 옹졸하고 두려운 마음에 외면했습니다.
이틀 뒤 아이를 출산하고 조리원을 퇴소하고 집으로 돌아와...
그 때서야 비극의 민낯을 마주하고 몇날 며칠을 죄책감에 울었습니다.
아이들의 마지막 목소리, 마지막 사진들을 마주하며
무관심하고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어른의 한 사람으로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.
....
2014년 4월 16일에 세상과 만날 예정이었던 막내는 이제 일곱살이 되었습니다.
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6년의 시간을, 제 아이와 저만 누린 것이 못내 미안합니다.
못난 어른이,
좀 더 떳떳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,
꽃다운 아이들을
책임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,
진실을 외면하지 않고
마주할 수 있는 우리가 되도록
2014년 4월 16일을
기억하고 또 기억하겠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