맹골수로의 아이들에게
-
- 작성자
- 유승한
- 작성일
- 2024년 4월 16일(화)
-
- 헌화

맹골수로의 아이들에게
유 승 한
뒤집힌 배 어느 한 켠에서
여나뭇 날을
너희는 무슨 말을 주고 받았니
친구들 얘기
학교 얘기
엄마 아빠랑 형 누나 얘기
마귀 같은 공포가
어쩌면 배고픔도 추위도 잊게 해 준
고마운 존재였는지 모르겠다
칠흑처럼 어두운 공간이
둥둥 떠다니는 주검들을
못 보게 해서
고마운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
조금씩 차 올라 오는 물이
발을 적시고
무릎을 적시고
독사처럼 허리를 감아 올라
턱밑까지 차 오를 때
손톱이 다 닳도록
손마디가 부러지도록 벽을 긁고
살려달라고 외친
너희 여린 생명들은
봄바람에 속절없이 흩뿌려지는 꽃잎처럼
서럽고도 불쌍하게 떨어져 갔구나
그래 잘 견뎠다
무서운 고통은 멀리 가버렸구나
이제 백옥처럼 희디 흰 손과 발을
물결에 맡긴 채
너울너울
긴 여행을 떠나거라
부디 잘 가거라
못다 한 작별 인사일랑
달빛에 실어 보내렴
못다 한 응석일랑
별빛에 쏟아 보내려무나